2010년 06월 06일
노회찬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한명숙이 낙선했다.
노회찬이 욕을 먹는다.
진보신당이 욕을 먹는다.
그래서 나는 욕하는 자들이 원망스럽다.
투표결과가 확정되었을 때 이미 노회찬과 진보신당이 욕을 먹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당한 일을 겪어야하는 현실이 슬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부당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에겐 이 일의 사태를 자신들이 지지하는 자(한명숙)을 욕하지 않고 파악하는 일이 시급한 것이다. 한명숙과 민주당,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은 결코 잘못한 것이 없는 성스러운 선지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태를 보며 한 가지 생각을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 대결을 했다. 한국은 열심히 싸웠지만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졌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한 선수가 패인을 말한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 잔디는 한국의 잔디와 미끄러움의 정도나 탄력, 길이가 판이하게 달랐고 바람은 앞에서 불어 우리는 역풍을 맞으며 싸워야 했다. 게다가 일본의 관중들의 응원은 우리의 기운을 아주 잘 빼놓았다."
이 때 우리는 이 말에 호응할까 호응하지 못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 선수가 떳떳하지 못하게 남탓이나 해대고 지들이 잘한 줄 알고 인터뷰하고 쳐 자빠져 있네'라고 그런 발언을 한 선수를 비판할 것이다. 그렇다. 그 한일전에서 우리나라는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것이다.
한명숙과 노회찬 역시 마찬가지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한명숙은 처음부터 오세훈에 대적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노회찬과 단일화를 통해 오세훈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면 노회찬과 흥정을 했어야 한다. 그리고 노회찬이 거부하지 못할 카드를 꺼냈다면 한명숙은 노회찬의 표를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노회찬의 지지자들은 노회찬의 기권으로 인해 투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회찬 지지자들이 기권했을 것이란 가정을 하지 않고 모두 투표에 참여했을 거라 가정한다 해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진보 보수는 상당히 지지 대상이 역동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선거구 지지후보가 한나라당인 유권자가 비례대표에는 민주당, 심지어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쉽게 발견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이념적 지형은 견고하지 못하고 말랑말랑하다는 것이다.
최근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평소 좋아하던 진중권씨를 팔로윙 추가해놨다. 덕분에 요즘 한명숙 지지자들로부터 포화를 받고 있는 진중권씨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진중권씨는 '한나라당이 싫다고 민주당을 찍어야 하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아마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한 것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싫어서라고 주장한 모양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싫다고 민주당을 찍어야 할 이유는 없다. 중국집에 가서 짜장먹기 싫다고 모든 사람들이 짬뽕을 시키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볶음밥을 먹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덮밥류를 먹을 수도 있다. 혹은 아주 비싼 탕수육, 깐풍기, 난자완스 등의 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짜장 아니면 짬뽕을 시켜 먹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충분한 승리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한나라당의 압승이 나올 것 같이 심히 불안했다. 도대체 민주당이 뭘 한 것이 있을까? 아마도 반발이 큰 4대강 사업이, 지나칠 정도로 이루어진 천안함 정국이 이번의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결국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별로 한 것 없이 이번 지방선거를 맞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명숙이나 유시민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상대 후보에 비해 힘에서 밀렸던 것이다. 두 번째는 단일화 대상이 될 후보에게 제대로 된 흥정 카드를 제시할 만한 능력이 되지 못한 것이다. 세 번째는 이 나라의 이념 지형 자체가 별로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노회찬이나 진보신당을 욕하는 것은 상당히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한명숙이나 유시민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진보신당 후보자들의 출마 때문에 진 것이라면 그들이 캐스팅보트가 될만한 능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회에서 한없이 힘이 약한 민주당이나 국참당으로선 진보신당같은 소수정당들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을 욕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감정적인 행동일 뿐이다.
# by | 2010/06/06 23:31 | 대하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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