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한명숙이 낙선했다.

노회찬이 욕을 먹는다.

진보신당이 욕을 먹는다.

그래서 나는 욕하는 자들이 원망스럽다.

 

투표결과가 확정되었을 때 이미 노회찬과 진보신당이 욕을 먹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당한 일을 겪어야하는 현실이 슬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부당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에겐 이 일의 사태를 자신들이 지지하는 자(한명숙)을 욕하지 않고 파악하는 일이 시급한 것이다. 한명숙과 민주당,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은 결코 잘못한 것이 없는 성스러운 선지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태를 보며 한 가지 생각을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 대결을 했다. 한국은 열심히 싸웠지만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졌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한 선수가 패인을 말한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 잔디는 한국의 잔디와 미끄러움의 정도나 탄력, 길이가 판이하게 달랐고 바람은 앞에서 불어 우리는 역풍을 맞으며 싸워야 했다. 게다가 일본의 관중들의 응원은 우리의 기운을 아주 잘 빼놓았다."

이 때 우리는 이 말에 호응할까 호응하지 못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 선수가 떳떳하지 못하게 남탓이나 해대고 지들이 잘한 줄 알고 인터뷰하고 쳐 자빠져 있네'라고 그런 발언을 한 선수를 비판할 것이다. 그렇다. 그 한일전에서 우리나라는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것이다.

 

한명숙과 노회찬 역시 마찬가지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한명숙은 처음부터 오세훈에 대적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노회찬과 단일화를 통해 오세훈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면 노회찬과 흥정을 했어야 한다. 그리고 노회찬이 거부하지 못할 카드를 꺼냈다면 한명숙은 노회찬의 표를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노회찬의 지지자들은 노회찬의 기권으로 인해 투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회찬 지지자들이 기권했을 것이란 가정을 하지 않고 모두 투표에 참여했을 거라 가정한다 해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진보 보수는 상당히 지지 대상이 역동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선거구 지지후보가 한나라당인 유권자가 비례대표에는 민주당, 심지어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쉽게 발견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이념적 지형은 견고하지 못하고 말랑말랑하다는 것이다.

 

최근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평소 좋아하던 진중권씨를 팔로윙 추가해놨다. 덕분에 요즘 한명숙 지지자들로부터 포화를 받고 있는 진중권씨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진중권씨는 '한나라당이 싫다고 민주당을 찍어야 하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아마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한 것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싫어서라고 주장한 모양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싫다고 민주당을 찍어야 할 이유는 없다. 중국집에 가서 짜장먹기 싫다고 모든 사람들이 짬뽕을 시키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볶음밥을 먹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덮밥류를 먹을 수도 있다. 혹은 아주 비싼 탕수육, 깐풍기, 난자완스 등의 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짜장 아니면 짬뽕을 시켜 먹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충분한 승리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한나라당의 압승이 나올 것 같이 심히 불안했다. 도대체 민주당이 뭘 한 것이 있을까? 아마도 반발이 큰 4대강 사업이, 지나칠 정도로 이루어진 천안함 정국이 이번의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결국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별로 한 것 없이 이번 지방선거를 맞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명숙이나 유시민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상대 후보에 비해 힘에서 밀렸던 것이다. 두 번째는 단일화 대상이 될 후보에게 제대로 된 흥정 카드를 제시할 만한 능력이 되지 못한 것이다. 세 번째는 이 나라의 이념 지형 자체가 별로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노회찬이나 진보신당을 욕하는 것은 상당히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한명숙이나 유시민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진보신당 후보자들의 출마 때문에 진 것이라면 그들이 캐스팅보트가 될만한 능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회에서 한없이 힘이 약한 민주당이나 국참당으로선 진보신당같은 소수정당들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을 욕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감정적인 행동일 뿐이다.

by revolver | 2010/06/06 23:31 | 대하여 | 트랙백 | 덧글(0)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반대한다

범할 수 없는 인권이 존재한다. 이것은 감정과는 별개의 문제다. 감정적으로 상대의 인권을 무시하고 싶은 시간은 무수히 많지만 그런 욕구를 언제나 표출할 수 없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권이라는 것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인권을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강탈한다는 것은 '범죄자는 인간이 아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만약 강호순이란 인물을 정당한 법절차 없이 누군가가 임의의 처벌을 내렸다면 그 누군가를 '정의'란 이름으로 추앙해 줄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유영철이 상당수의 살인을 저질렀는데 강호순이 유영철을 살해했을 경우 그 행위를 정당하다고 인정해 줄 수 있는가. 이것은 나에겐 불가능한 상황이다. 범죄자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하는 이유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주변인물에게는 인권이 없는가? 기사에 따르면 강호순은 아들을 위해 책을 쓸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또한 그의 친형을 취재한 기사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호순이란 인물을 밝힘으로 인해서 벌써 두 명의 인물이 그와 관련한 인물로 떠올랐다. 이들의 인권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유명한 연예인들의 경우 그들의 자녀들이 매스컴을 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유명세로 인하여 자녀들이 의도치 않게 겪게 될 유명세를 경계하는 움직임이다. 그들은 연예인으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자녀들이 유명세를 겪는 것조차 반대한다. 하물며 강호순의 경우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인물이 얼굴과 이름이 밝혀짐으로 인해서 그의 주변인물들이 유명세를 겪는 것 또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강호순의 인권과는 별도의 것이다.

 

  인간의 범죄 행각 혹은 비도덕적인 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강호순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은 스스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는 자부심으로 그동안 '인권'개념을 비롯하여 여러 사회적 장치들을 고안해 왔다. 하지만 그것이 한 범죄자로 인해 모조리 허물어져야 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씁쓸하다.

by revolver | 2009/02/04 00:45 | 대하여 | 트랙백 | 덧글(0)

용산 참사, 정부는 철거민을 반항기 소년으로 바라보는가?

용산 참사로 한 동안 시끄럽더니 시간이 지나 조금 잠잠해지는 듯한 모습이다.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진보언론은 강경진압을 한 경찰측을 공격하고 보수언론은 강성투쟁을 한 철거민들과 전철연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다.

항상 그러던 일이니 그러려니 할 뿐 이들 언론에 대한 화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지적할 것은 재개발을 하는 절차에 대한 지적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나 역시 재개발 절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번 사건이나 그 이전 사건을 통해서 드러난 현행 절차의 문제점은 세입자들의 재산권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금 등을 두고 벌어지는 실랑이가 급기야 큰 갈등이 되고 이번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법이란 것이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데 현행법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이번 참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예컨대 세입자들의 박탈감을 크게 만드는 권리금이라는 것을 현행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건 대단한 문제다.

정부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그 땅에서 떠나야할 사람들에게 그 땅에서 마땅히 누려왔던 것들 중 일부만 보장해 준다고 가정한다면 그 누구도 즐거워할 수 없을 것이다.

마땅히 누려왔던 것들을 제대로 보장도 해주지 않으면서 나가라고 하는 행태.

그리고 그것에 저항하는 것을 공권력에 대해 반항하는 사춘기 소년으로 매도하는 행태는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by revolver | 2009/01/29 19:23 | 대하여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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